오랜 시간 동안 도심의 아파트에서 생활하며 지내온 사람들이 가지는 로망 중의 하나가 마당 있는 전원주택에서 살아보기나 텃밭 가꾸기 같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일 단단한 보도블럭이 깔린 길을 걷고 아스팔트 위에서 운전하며 살았던 도시민의 생활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는 퇴직 후의 일상에서 이룰 수 있는 꿈 중에 하나겠지요. 호주에 있는 친구네 집에 와서 지내고 있습니다. 크지는 않지만 가꿀 화단이 있고 잔디 깔린 뒷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살아보고 싶은 작은 희망사항을 경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비록 기본적인 지식도 없고 조금 다른 환경이어서 조심하고 알아야할 것들도 많지만 주인장인 친구가 있으니 따라 다니며 함께 겪어보기로 했습니다. 풀 뽑기, 잔디 깎기 긴 여행 동안 비..
퇴직 후 좋은 점 중의 하나는 여유로운 아침시간입니다. 서둘러 침대를 정리하며 출근 준비를 하는 대신, 커피 한잔을 들고 베란다로 나가 날씨를 살피며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굳이 스마트폰을 뒤적이지 않아도 바로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날씨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예전엔 서둘러 나갔다가 우산을 가지러 오거나 외투를 입지 않아 후회한 적이 많았습니다. 먼저 살펴보고 움직일 여유도 없었던 것이고 전날 들었던 일기예보만 믿고 바쁘게 출근길에 나선 때문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구름을 보며 이름 짓기를 즐겼던 기억이 납니다. 재미난 모양의 구름들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그리던 풍경화에 자주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굳이 높이 얼굴을 쳐들어 보지 않아도 내가 가는 길 앞에 하늘이 있었습니다. 그 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아침마다 잠에서 깨는 일에 적잖은 에너지를 소모해 왔습니다. 그땐 왜 그리도 피곤했던지, 모닝콜이 몇 번이나 소리쳐야 겨우 몸을 일으키곤 했었습니다. 출근해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는 날이면, 애꿎은 알람소리에 화풀이를 하기도 했었지요. 싫지만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모닝콜과 직장인의 엇갈린 관계는 숙명인가 봅니다. 모닝콜, 그 적과의 동침 스마트폰이 활성화되기 전에는 각양각색의 자명종 시계들이 우리의 아침을 책임졌습니다. ‘따르릉따르릉’ 우렁차게 울리던 기본 스타일의 탁상시계 외에도 일어나라며 외쳐대는 재미난 멘트를 삽입한 시계들이 나오기도 했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레트로’라는 감성을 앞세워 다시 자명종 시계들이 유행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
시간이 많아지고 집안을 찬찬히 돌아보니 세월의 흔적과 함께 쌓여온 물건들이 주인처럼 앉아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여기저기 찔러 넣어둔 것들도 있고, 언젠가는 쓸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집안의 구석구석을 빈틈없이 채워 놓았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정리며 대청소를 하면서 버릴 것들을 꺼내놓지만 슬금슬금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던 나의 미련함이 지금의 혼돈을 초래한 것 같습니다. 옷장 정리 먼저 옷장을 정리해봅니다. 스티브 잡스가 이루어낸 혁명 중에 하나가 정장을 고집하지 않는 프리스타일입니다.. 그런 옷차림이 혁신적인 사고의 바탕이 되는 양, 스타트업을 필두로 많은 기업들이 자율적인 옷차림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지요. 하지만 나의 옷장엔 여전히 정장 수트가 가득합니다. 우리 세대는 출근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