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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아지고 집안을 찬찬히 돌아보니 세월의 흔적과 함께 쌓여온 물건들이 주인처럼 앉아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여기저기 찔러 넣어둔 것들도 있고, 언젠가는 쓸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집안의 구석구석을 빈틈없이 채워 놓았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정리며 대청소를 하면서 버릴 것들을 꺼내놓지만 슬금슬금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던 나의 미련함이 지금의 혼돈을 초래한 것 같습니다.
옷장 정리
먼저 옷장을 정리해봅니다.
스티브 잡스가 이루어낸 혁명 중에 하나가 정장을 고집하지 않는 프리스타일입니다.. 그런 옷차림이 혁신적인 사고의 바탕이 되는 양, 스타트업을 필두로 많은 기업들이 자율적인 옷차림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지요.
하지만 나의 옷장엔 여전히 정장 수트가 가득합니다. 우리 세대는 출근복으로 정장스타일을 선호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긴 했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분위기였던 직장에서 잦은 회의와 행사, 외부 미팅에 대비하여 가장 무난한 옷차림인 정장스타일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창 시절 고민 없이 입었던 교복처럼 어느 날부턴가 정장이 편안해지기도 했었지만요.
퇴직 후에도 당연히 이 옷들이 필요한 일이 있겠지요. 경조사에 참석할 때, 집안행사나 모임에 갈 때도 점잖게 차려입어야 할 경우들이 있으니 몇 벌은 남겨 둬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최근 몇 년 동안 입지 않았던 옷들부터 골라봅니다. 버리자니 너무 멀쩡하고 언젠가 입을 일이 있을 거라는 잘못된 판단으로 옷장을 차지하고 있던 옷들입니다.
우선 그것들부터 큰 종이가방에 고이 접어 넣습니다. 첫 번째 옷에 대한 미련을 과감히 버리고 나니 나머지 옷들도 정리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깨끗하게 세탁해서 아름다운 가게에 보내 필요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도록 할 생각입니다.
조금씩 옷장 안의 모습도 달라지겠네요. 여행과 운동을 위한 옷들이 늘어날 테고 집에서 입을 실내복들도 더 들어오겠지요. 지금의 내 마음처럼 편안한 것들로 채워질 거라 생각합니다.
책장 정리
먼지 쌓인 책장을 올려다봅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나의 독서는 직장 일와 관련된 분야로 편중되어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수많은 자기 계발서적과 세심하게 읽지도 않은 인문서적들이 쌓여있습니다. 그나마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시리즈로 모아 깔끔하게 정리해 둔 몇 칸이 나름 뿌듯합니다.
책은 절대 버릴 수 없다는 것이 신조로 보지도 않는 책들을 계속 쌓아두다 보니 책장은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나마 최근에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독서패턴을 바꾸고 집으로 들어오는 책들이 줄어들었지만 읽은 후 소장하고 싶은 책들은 여전히 구입하고 있어 책장 다이어트가 급선무입니다.
온라인 중고서점을 이용해서 책을 정리해 봅니다.. 나는 이미 읽었고 더 이상 필요하지 않지만 이 책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과 공유하고, 적지만 수익도 얻을 수 있으니 버리는 것이 아니라 공유한다는 의미로 책들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중고서적 판매에 대해 정리된 내용이 있으니 필요하신 분들은 이용해 보세요.
주방 정리
주부가 아니더라도 집에서 식사를 하다 보면 주방이나 냉장고에 어지럽게 쌓인 것들이 눈에 거슬립니다. 싱크대 위에 즐비하게 늘어선 조리도구들을 보니 일주일 내내 한 번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당당히 자리를 차지한 것들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주방 뒤 다용도실이나 싱크대 아래에 공간을 만들어 넣어두면 주방이 훨씬 넓어 보일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작하여 주방을 온통 뒤집어 놓았습니다. 얼마나 자주 쓰는 물건인지에 따라, 용도와 크기에 맞춰 주방도구와 그릇들을 정리하다 보니 불필요한 공간을 확 줄일 수 있습니다. 정리의 달인들이 올려놓은 블로그나 유튜브를 조금만 참고하면 더 체계적인 정리가 됩니다. 아이디어가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아 새삼 놀랍고 감사합니다.
냉장고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여닫습니다. 그때그때 필요한 물건들이 보이지 않으면 우리는 습관적으로 엄마를 부릅니다. 이 또한 정리의 달인들이 아이디어를 제공해 줍니다. 다*소에 가면 수많은 정리용품들이 저렴한 가격에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정리
퇴직 후에는 무엇보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람들에 대한 은근한 기대를 버려야 합니다. 누군가는 퇴직 후 스마트폰의 전화번호부를 정리했다고 하더군요. 어차피 일로 만난 사람들이라 다시 연락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극단적으로 들리긴 하지만 현실인 듯합니다.
여전히 지나간 사람들에 대한 애틋함으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 배터리가 며칠씩이나 버틴다고 자조 섞인 외로움을 뱉어내곤 하더라고요..
세상은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살면서 친구는 바뀌기 마련입니다. 평생 함께 가는 친구도 당연히 있지만 그 친구들이 내 시간을 함께 하기엔 너무 멀리 있고, 너무 바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 나가야 하는 거겠지요. 여기에 대한 저의 생각은 아래의 글에 담겨있습니다.
오늘도 나이 듦에 감사하며 여유로운 시간에 차 한 잔과 함께 이 글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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