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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글쓰기

퇴직 후 일상, 정원 가꾸기

여전히 초보 2024. 6. 26. 12:08

목차



     

    오랜 시간 동안 도심의 아파트에서 생활하며 지내온 사람들이 가지는 로망 중의 하나가 마당 있는 전원주택에서 살아보기나 텃밭 가꾸기 같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일 단단한 보도블럭이 깔린 길을 걷고 아스팔트 위에서 운전하며 살았던 도시민의 생활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는 퇴직 후의 일상에서 이룰 수 있는 꿈 중에 하나겠지요.

     

    퇴직 후 일상, 정원 가꾸기
    퇴직 후 일상, 정원 가꾸기

     

     

    호주에 있는 친구네 집에 와서 지내고 있습니다. 크지는 않지만 가꿀 화단이 있고 잔디 깔린 뒷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살아보고 싶은 작은 희망사항을 경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비록 기본적인 지식도 없고 조금 다른 환경이어서 조심하고 알아야할 것들도 많지만 주인장인 친구가 있으니 따라 다니며 함께 겪어보기로 했습니다.

     

    풀 뽑기, 잔디 깎기

     

    긴 여행 동안 비워둔 친구네 집은 풀들이 우거져 그야말로 버려진 숲속같이 변해 있었습니다. 그나마 뒷마당은 잔디 깎는 기계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집을 둘러싸고 있는 작은 화단들은 오롯이 사람의 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먼저 긴 갈고리로 풀을 걷어 내고 남은 것들은 손으로 뿌리째 뽑아내야 했습니다. 개미들이 집을 만들고 있는가 하면 이름도 모르는 벌레들이 기어 다녀 기겁을 했고 모기와 작은 날파리에게 물려 여기저기 가렵기까지 했습니다.

     

    퇴직 후 일상, 정원 가꾸기
    퇴직 후 일상, 정원 가꾸기

     

     

    하아... 화단을 가꾸고 잔디가 있는 뜰을 가진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절실히 느꼈습니다. 속으로는 이렇게 버려둔 친구를 원망했지만 오랫동안 집을 비웠고 이렇게 좋은 날씨에 아무도 돌보지 않은 정원의 풀들이 무성히 자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렇게 엎드려 풀을 뽑는 동안에도 하늘은 얼마나 깨끗하던지, 힘든 것도 잊고 그 하늘에 반해 한참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눈앞에 지나가는 한무리의 구름들과 함께 시리도록 파란하늘이 눈부신 날이었습니다.

     

    퇴직 후 일상, 정원 가꾸기
    퇴직 후 일상, 정원 가꾸기

     

    새로운 작물 심기

     

    이곳의 날씨가 가을이라 아침저녁엔 제법 쌀쌀하지만 낮의 강한 햇살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작물이 싹을 틔울 것이라는 믿음으로 파종을 했습니다. 거름이 섞인 흙 한 포대를 사와서 파종용 통에 나누어 담고 씨앗을 뿌렸습니다.

     

    친구가 가진 다양한 씨앗들 중에서 그나마 가을에 심어도 된다고 한 양파, , , 브로콜리, 옥수수와 일 년 내내 가능하다고 적힌 바질도 심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꽃이 달리는 물망초도 심어보았습니다. 욕심을 부린 것도 사실이지만 친구의 씨앗들이 이미 몇 년이나 지난 것들이라 과연 제대로 싹을 틔울 수 있을지 믿음이 안가서 넉넉하게 뿌렸습니다. 이 씨앗이 싹을 틔우면 정원의 적당한 공간으로 옮겨 심어줄 계획입니다.

     

    퇴직 후 일상, 정원 가꾸기
    퇴직 후 일상, 정원 가꾸기

     

    매일매일 날씨가 너무 좋아서 햇살이 잘 드는 곳에 모셔둔 새로 심은 작물들에겐 수분이 부족할 것이 분명한지라 아침과 오후에 적당한 물뿌리기도 열심입니다. 어제밤에는 밤새 비가 꽤 내렸는지 아침에 나가니 마당이 젖어 있었고 작물들이 담긴 통도 촉촉하게 젖어 있었습니다. 자연의 순환이 이렇게 새로운 작물에게도 도움을 주는 것인가 신비함을 느껴도 봅니다.

     

    과일 수확하기

     

    이곳의 여름 더위도 만만치가 않은지라 열대과일도 잘 자랍니다. 이웃집 정원에는 패션 푸르트나 바나나가 정원에서 크고 있고 친구네에서도 제주도에서 자랄만한 과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여름)부터 달리기 시작한 용과(드래곤 프루트)5월까지 열렸습니다. 그동안 용과 수확을 자랑하며 친구가 보내주었던 사진으로만 보다가 드디어 직접 맛을 보았습니다. 사실은 한국에서 먹었던 용과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그다지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 입 먹자마자 엄지 척! 신선한 제철과일의 맛이 이런 것인가 싶어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쟁여둔 용과를 먹으며 이 과일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퇴직 후 일상, 정원 가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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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레몬을 수확했습니다. 5월말 도착했을 때 노랗게 익어가기 시작했고 그동안 한두 개를 따서 샐러드 드레싱을 만들어 먹으며 달고 상큼한 레몬맛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옹기종기 달린 노란 과일들로 나무 가지가 축축 늘어져 수확의 시기가 다가왔고 노랗게 익은 레몬들을 모두 거두어 들였습니다. 이집에 함께 사는 다른 가족들과 나눔하고도 넉넉하게 남아 한동안 레몬주스를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퇴직 후 일상, 정원 가꾸기
    퇴직 후 일상, 정원 가꾸기

     

    라임도 두어 개 달려있는데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한 달이 지나도록 처음 본 그대로인 듯 색깔도 크기도 변하지 않고 있어 애가 탑니다. 시간이 많이 걸릴 거라는 친구의 말에도 불구하고 레몬이 다 익도록 그대로인 라임이 안타깝습니다.

     

    전원생활을 꿈꾼다는 것

     

    주택 생활 왕초보의 경험담을 소개해보았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입니다. 땅을 파고 씨앗을 뿌린 후 싹이 틔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시간도 있고, 잡초를 거두며 땅위의 평화를 기원하는 평정의 시간도 있고 수확을 통해 얻게 되는 감사의 시간도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수확할 때가 제일 행복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자연이 있는 주택에 살면 도시생활에서 느끼지 못한 여유와 평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육체노동으로 흘린 땀의 소중한 결실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정원에 앉아 차 한 잔 마실 때는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습니다.

     

    다만 전원생활을 꿈꾸는 은퇴자가 고려해야 할 부분은 무엇보다 주택에서 산다는 것은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만 한다는 점입니다. 가끔 만나는 평화로운 자연과 다르게 내 손이 가지 않으면 천국이 지옥으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잡풀로 우거졌던 친구네 정원이 그나마 다시 사람 사는 공간처럼 보이게 되기까지 평생 쓰지 않던 몸의 모든 근육들이 총 동원되었습니다. 이후의 일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겠지요.

     

    퇴직 후 일상, 정원 가꾸기
    퇴직 후 일상, 정원 가꾸기

     

    정원을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이 든데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봅니다. 당연히 자연에 대한 이해와 농사에 대한 기본지식이 필요할 것이고 무엇보다 그 모든 육체노동을 감당할 체력이 뒷받침되어야만 합니다. 다만 욕심 내지 않고 찬찬히 조금씩 이루어가면 가능하겠지요.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가끔 친구집에서 체험 생활을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고.

     

    퇴직 후 일상, 정원 가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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