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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시간은 새로운 나를 만들어 가는데 집중하려 한다.. 이제부터는 무엇보다 재정적인 부분을 신중하게 고려해야만 하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룰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 묶인 삶에서 탈출하면서 첫 번째로 하고 싶었던 일이 여행이라 슬슬 시동을 걸어본다. 물론 내 통장 사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여행_튀르키예 카파도키아 열기구체험
세계여행을 해야지 하는 식의 큰 목표는 아니다. 그저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궁금하다. 그들 속으로 스며들어 그들의 문화를 느끼며 소통하는 여행을 하고 싶다. 그동안 가고 싶은 곳의 위시 리스트를 만들고 있었지만 여행지에 맞춘 여행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현지 날씨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나의 시간에 맞춰 여행하다 보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24년 3월, 은퇴 후 첫 여행지는 튀르키예 카파도키아 지역이다. TV에서만 보던 카파도키아 열기구에 올라온 세상에 나의 은퇴를 알리고 싶었다. 아무도 궁금하지 않겠지만 그동안 수고한 나에게 주는 상으로 비싼 엔터테인먼트를 선택했다.
사실은 전체 여행경비에 비하면 옵션으로 선택한 열기구 투어는 200유로라는 엄청 큰 비용을 지불해야했다. 그러나 일생에 한 번은 꼭 하고 싶었던 체험이고 카파도키아의 넓은 대지위에서 일출까지 감상할 수 있는 여행이라면 다른 비용을 줄이더라도 꼭 하고 싶었다.
카파도키아에 도착한 다음날 새벽 5시 30분에 우리를 픽업하러 온 미니버스에 옹기종기 올라 열기구 탑승 포인트로 이동했다. 이전 이틀 동안 나쁜 날씨상황으로 인해 열기구가 날지 못했단다. 어두운 산길을 한참 달리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고 여전히 어두웠지만 준비된 따듯한 차를 나누어 마시며 가슴 부푼 대기시간을 즐겼다.
착지를 위한 사전 안내와 연습훈련 후 우리가 탄 열기구가 드디어 하늘로 떠올랐다. 일출은 아직도 한참 남은 시간이었지만 하나 둘씩 날아오른 열기구가 족히 백여 개는 넘어 보였다.. 지난 이틀 동안 날지 못했던 열기구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손님들을 태우고 한꺼번에 총출동한 것 같았다.
열기구를 직접 타지 않고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 열기구 관람 포인트가 따로 있고 입장료를 내고 들어오면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색색의 열기구 쇼를 즐길 수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장관이다. 수많은 열기구들이 하늘을 나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다. 거기에 일출을 더하면 화룡점정이다.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우러나는 시간이었다. 오랜 직장생활 동안 나름의 경력을 쌓으며 만족한 삶을 살았고 50대 중반에 조금 이른 은퇴가 가능하게 해 준 주변 상황과 여전히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건강을 유지하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은퇴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이렇게 하루하루를 나와 함께 보내고 싶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나를 새롭게 발견하고 바쁜 일상으로 챙겨주지 못했던 나에 대한 보상으로 나에게 집중할 시간을 주고 싶다. 이제 보니 나도 나를 잘 몰랐다. 30여년 직장생활이 나의 모든 것인 양 생각했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니 거기에 온전한 나는 없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내가 속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용된 도구 중 하나였을 뿐.
그렇다고 나의 직장생활이 불행했던 것은 아니다. 일련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그 안에서 얻은 성취감으로 자존감을 높여주었으며 넓은 세상을 돌아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를 갖게도 해주었다. 무엇보다 생활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다만 새롭게 세상과 마주하고 보니 아는 것이 너무 없다. 자잘한 생활 도구이용 방법에서부터 남들이 쉽게 하는 간단한 요리조차도 레시피에 의존해 진땀을 흘리는 내가 가소롭다. 왜냐하면 그동안 나 자신이 프로페셔널하다고 착각해왔기 때문이다. 막상 세상에 나와 보니 할 줄 아는 것이 정말 없다. 나의 삶이 얼마나 한정적으로 흘러왔는지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이제 나의 의지대로 활용할 수 있는 풍족한 시간을 얻었다. 하지만 분명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이 풍족하면서도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나의 몫이다. 이제껏 가졌던 핑계거리가 사라졌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나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과 온화한 아침햇살,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정겹다. 오늘도 모든 것에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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